Vulkan/DirectX 12 기반의 저수준 그래픽스 렌더링 파이프라인

렌더링 파이프라

그래픽스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헷갈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렌더링 파이프라인’이라는 개념이다. 마치 고속도로처럼, 어떤 자료가 일방통행하듯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구조 같지만, 사실은 엄청난 양의 조건 분기와 병렬적 처리, 그리고 최적화의 집합체다. 특히 Vulkan이나 DirectX 12와 같은 저수준 API를 다루게 되면 이 파이프라인은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진짜로 ‘설계’하고 ‘조립’해야 하는 대상이 된다. 이 글에서는 바로 그 렌더링 파이프라인의 근본 구조와 철학, 그리고 두 주요 API가 이를 어떻게 다르게 다루는지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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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준 API의 필요성

OpenGL이나 DirectX 11 같은 전통적인 고수준 API들은 정말 많은 걸 ‘자동’으로 처리해준다. 처음에는 참 편리하게 느껴지지만, 복잡한 프로젝트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우리는 깨닫게 된다. “왜 이건 내가 컨트롤할 수 없지?”, “도대체 이 드라이버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이런 질문들이 점점 늘어난다.

바로 이런 한계 때문에 저수준 API가 필요해졌다. Vulkan과 DirectX 12는 드라이버 레벨의 추상화를 최소화하고, 어플리케이션이 하드웨어 자원을 직접 조율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다시 말해, 누가 GPU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결정권’을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에게 넘긴 셈이다.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성능 향상은 엄청나다. 실제로 NVIDIA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일한 작업을 수행할 때 Vulkan 기반의 렌더링이 OpenGL보다 최대 50% 이상 빠르게 실행되는 경우도 보고되었다(NVIDIA Developer Blog, 2016).

하지만 대가도 존재한다. 모든 것을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이다. 리소스 생성부터 메모리 바인딩, 동기화까지. 그 어떤 것도 ‘자동’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수준 API를 채택하는 순간부터 개발자의 사고방식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마치 C언어에서 포인터를 처음 다룰 때 느끼는 그 ‘공포’와 흡사한 감정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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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ulkan vs DirectX 12

두 API는 비슷한 시대에 등장했지만, 접근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Vulkan은 Khronos Group이 주도하여 완전히 오픈 표준으로 발전해온 반면, DirectX 12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철저한 윈도우 플랫폼 최적화를 위한 산물이다. 전자의 철학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저수준 API”이고, 후자는 “윈도우 생태계에서 최고의 성능을 뽑아내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추상화의 유연성’이다. Vulkan은 다양한 플랫폼과 GPU 제조사를 고려한 설계로 인해, 인터페이스가 상대적으로 더 복잡하다. 반면 DirectX 12는 플랫폼이 제한적인 만큼, API 자체가 좀 더 직접적이고 직관적인 면이 있다. 물론 이 직관성이라는 건, DirectX 개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또한 메모리 모델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Vulkan은 명시적 메모리 관리 구조를 강제하면서 개발자에게 모든 버디 시스템(Buddy System) 구조까지 직접 구성하게 만든다. 반면 DirectX 12는 좀 더 타협적인 접근을 한다. 이런 차이는 실제 프로젝트에서의 설계 철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예컨대 크로스플랫폼 모바일/PC 타이틀을 준비한다면 Vulkan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다. 반면 윈도우/엑스박스 전용 프로젝트라면 DX12가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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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공통 구성 요소

비록 철학과 구현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두 API 모두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핵심 개념을 공유한다. 바로 Command Buffer, Pipeline State Object, Descriptor Set 같은 구조들이다.

Command Buffer는 GPU에게 어떤 작업을 수행할지를 명령하는 리스트다. 이 구조는 기존의 Immediate Mode 방식에서 벗어나 GPU에게 명령을 ‘모아서’ 한꺼번에 보내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CPU-GPU 병목 현상을 줄이고 성능을 극대화한다. Pipeline State Object는 셰이더 프로그램, 뷰포트 설정, 블렌딩 방식 등 렌더링 전반에 걸친 상태를 하나의 오브젝트로 캡슐화한 것이다. DirectX 11 시절엔 이러한 설정이 중간중간 끼어들며 상태 변화 비용이 컸지만, PSO를 통해 이러한 상태 전환이 최소화되고 예측 가능하게 되었다.

Descriptor Set은 GPU 자원과 셰이더 간의 연결 고리다. 여기에는 텍스처, 버퍼, 유니폼 등이 포함된다. 이 시스템을 통해 우리는 GPU의 메모리를 더 구조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상태를 명확하게 지정할 수 있다. 이 모든 구조는 처음 접할 땐 부담스럽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프로젝트의 성능과 확장성에 막대한 이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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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에 가까운 제어권

결국 저수준 API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 ‘제어권’에 있다. 우리는 이제 드라이버의 기분에 휘둘리지 않고, 언제 어떤 리소스를 할당하고, 어느 시점에 어떤 셰이더를 적용할지를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멀티스레딩 구조를 구현할 때, 이 제어권은 성능 향상의 핵심으로 작용한다. 예전에는 드라이버가 스레드 세이프하지 않아 멀티코어를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이제는 Command Buffer 생성 자체를 여러 스레드에서 병렬로 처리할 수 있다.

이런 구조 덕분에, CPU-GPU 간 병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다중 프레임 인플라이트(Frame In Flight) 구조 같은 고급 렌더링 아키텍처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GPU가 가진 잠재력을 100%에 가깝게 끌어낼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 셈이다.

물론, 잘못 설계하면 오히려 이전보다 성능이 나빠질 수도 있다. 이건 마치 슈퍼카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성능은 뛰어나지만, 조작 미숙 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저수준 AP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설계 철학이며 전략이다. 그걸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건 개발자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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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Vulkan과 DirectX 12는 단순한 API가 아니다. 이 둘은 그래픽스 렌더링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며, 하드웨어와 개발자 사이의 장벽을 허무는 직접적인 도전이자 기회다. 제어권을 얻는다는 건 단순히 더 많은 코드를 짜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나만의 파이프라인을 설계하고, 최적화의 극한을 경험하며, 진정한 의미에서 GPU와 소통하는 개발자로 성장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 여정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더 정교하고, 더 효율적이며, 더 아름다운 프레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저수준 API는 단지 기술의 선택이 아니라, 창의성과 통제력의 선언이다. 이 선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면, 이제 남은 건 실행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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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

Vulkan과 DirectX 12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나요?

어떤 플랫폼을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멀티플랫폼(Windows, Linux, Android 등)을 고려한다면 Vulkan이 유리하며, 오직 Windows나 Xbox 타겟이라면 DirectX 12가 더 나은 통합성과 문서화를 제공합니다.

저수준 API는 꼭 써야 하나요?

꼭 그런 건 아닙니다. 단순한 렌더링이거나, 빠른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싶다면 여전히 OpenGL이나 DirectX 11도 훌륭합니다. 그러나 최적화와 제어권이 중요한 대형 프로젝트라면 저수준 API가 큰 이점을 제공합니다.

배우기에 너무 어렵지 않나요?

처음엔 당연히 어렵습니다. 명시적인 메모리 관리, 명령 버퍼 시스템 등은 익숙하지 않으면 진입장벽처럼 느껴질 수 있죠. 하지만 제대로 학습하면, 오히려 더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시스템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성능 차이가 정말 그렇게 큰가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맞습니다. CPU 병목이 크거나 멀티스레딩 활용이 중요한 프로젝트에서는 성능이 최대 50% 이상 개선될 수 있다는 사례도 있습니다(NVIDIA Developer Blog, 2016).

멀티스레딩은 어떻게 지원되나요?

Command Buffer 생성 및 설정을 병렬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멀티코어 CPU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API에서는 드라이버가 병목이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구조적으로 분리되어 훨씬 자유롭습니다.

메모리 관리는 얼마나 복잡한가요?

직접 메모리 할당, 해제, 바인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세밀한 최적화가 가능하다는 뜻이며, Vulkan에서는 메모리 할당기를 직접 구현하거나, VMA(Vulkan Memory Allocator)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디버깅이 어렵지 않나요?

맞습니다. 디버깅 도구는 고수준 API보다 부족한 편입니다. 그러나 RenderDoc, Nsight Graphics, PIX for Windows 등 고급 툴들이 저수준 API를 점점 더 잘 지원하고 있으며, Validation Layer도 꽤 강력합니다.

둘 중 어떤 것이 더 문서화가 잘 되어 있나요?

DirectX 12가 Microsoft의 지원 덕분에 좀 더 구조화된 문서를 제공합니다. 반면 Vulkan은 Khronos Group의 오픈 정책 덕분에 커뮤니티 기반의 예제가 풍부합니다. 학습 스타일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실제 게임 프로젝트에서 많이 쓰이나요?

네. DOOM, Red Dead Redemption 2, Rainbow Six Siege 같은 AAA 타이틀들도 저수준 API를 사용해 최적화를 극대화한 사례입니다. 특히 콘솔과 PC 양쪽 모두를 타겟팅하는 프로젝트에서 유리합니다.

기존 엔진과 혼용해서 사용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Unity나 Unreal Engine도 내부적으로는 Vulkan이나 DX12를 지원하고 있으며, 커스텀 렌더링 파스를 삽입하거나 확장하는 방식으로 하이브리드 적용도 가능합니다. 단, 엔진 구조를 잘 이해해야 하며 삽입 지점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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