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엔진, 단순한 충돌 계산을 넘어서 게임의 손맛과 리얼리티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특히 Bullet, Havok, PhysX는 오랜 시간 개발자들에게 사랑받아온 대표 엔진들인데요, 외형은 비슷해 보여도 내부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 글에서는 그 차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직접 커스텀 솔버를 설계할 때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현실적인 시선으로 풀어보겠습니다.
Bullet, Havok, PhysX의 차이점과 Custom Solver 설계
어떤 물리 엔진을 선택하느냐는 단순한 ‘성능’ 문제가 아닙니다. 게임의 성격, 개발 인력 구성, 타깃 플랫폼, 심지어 개발자가 선호하는 수학적 모델까지도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Bullet, Havok, PhysX는 각각 다른 기술적 기반과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똑같은 장면을 구현하더라도 결과가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 더 낫다기보다, 어떤 방식이 당신이 만들고자 하는 세계에 더 잘 맞는가가 핵심입니다.
대표적인 물리 엔진 개요
물리 엔진은 겉보기에는 비슷하지만, 그 뿌리는 완전히 다릅니다. 단순한 충돌 처리만 하던 시절은 이미 지났고, 이제는 복잡한 상호작용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기에 각각의 엔진은 자신만의 해석 방식을 구축해 왔습니다. 이 해석 방식은 단순히 API 호출 몇 개의 차원이 아니라, 수학적 철학과 구현 전략의 차이로 이어지죠.
Bullet: 오픈소스의 유연함
Bullet은 말 그대로 ‘만질 수 있는 엔진’입니다. 오픈소스로 제공되며 누구든 내부를 들여다보고 수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자나 인디 개발자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모듈화 구조가 잘 되어 있어, 충돌 처리, 강체 시뮬레이션, 소프트 바디 등 원하는 기능만 선택적으로 사용하기에도 좋습니다.
충돌 처리의 단순화와 그 한계
Bullet은 GJK와 EPA 기반의 충돌 처리 알고리즘을 사용합니다. 빠르고 직관적이지만, 다면체 구조가 복잡한 모델에서는 정밀도가 떨어질 수 있으며, 물리적으로 부자연스러운 튕김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특히 수많은 객체가 동시에 충돌하는 대규모 씬에서는 성능 저하가 체감될 정도로 드러납니다(Buijs et al., Journal of Game Dev Tools, 2017). 이 때문에 Bullet은 ‘작은 실험에는 적합하지만 대규모 실전에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인식도 존재합니다.
Havok: AAA 게임의 중추
Havok은 상용 엔진으로, 특히 Xbox와 Playstation 플랫폼의 대작 타이틀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합니다. 고도로 최적화된 Solver 구조와 철저한 상업적 지원은 AAA 프로젝트에서 거의 표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죠. Unity와 Unreal의 초기 상업 게임 개발도 상당 부분 Havok에 의존한 역사가 있습니다.
실시간성과 상업적 제한의 이중성
하지만 Havok의 최대 약점은 커스터마이징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라이선스 제한으로 인해 엔진 내부 코드를 직접 수정할 수 없으며, 특정한 상황에서는 Havok의 자동 Constraint 처리 방식이 게임의 의도와 어긋나는 물리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특히 실시간 처리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시네마틱한 연출이나 느린 시간 축이 필요한 게임에서는 역으로 과잉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즉, “빠르고 정확한 대신, 내 맘대로는 못 한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PhysX: GPU 기반 병렬 처리의 선두주자
PhysX는 NVIDIA가 개발한 물리 엔진으로, GPU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특히 천 시뮬레이션, 파편화, 입자 기반 물리 처리 등에서 GPU 병렬 처리를 통해 CPU 기반 엔진이 따라잡기 힘든 성능을 보여줍니다.
CUDA 최적화와 게임 디자인의 관계
PhysX는 CUDA를 기반으로 한 병렬 처리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이게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CUDA는 NVIDIA 전용 기술이기 때문에, AMD GPU나 콘솔 환경에서는 동일한 퍼포먼스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멀티플랫폼 타이틀을 개발할 경우, 플랫폼 간 물리 결과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Lee & Kim, Real-Time Physics for Games, ACM Press, 2021). 이러한 점 때문에 PhysX는 강력하지만 범용적이진 않다는 평을 받습니다.
커스텀 물리 솔버(Custom Solver) 설계 전략
기성 물리 엔진의 한계를 경험한 많은 개발자분들이 결국 커스텀 솔버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욕심이나 기술적 자만심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엔진으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상호작용’이 요구되었을 때 생존을 위한 선택에 가까워요. 다만, 커스터마이징이 곧 정답은 아닙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결국 무의미한 삽질로 끝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설계 동기와 일반적인 적용 사례
커스텀 솔버를 설계해야겠다는 생각은 보통 두 가지 이유에서 시작됩니다. 하나는 기성 엔진이 제공하는 충돌 처리나 Constraint 시스템이 너무 무겁거나 복잡해서 성능 병목을 일으킬 때, 또 하나는 그 엔진이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게임플레이 구조를 시도하고자 할 때입니다. 예를 들어, ‘시간이 멈췄다가 재개되는’ 시뮬레이션이나 ‘비물리적인 오브젝트가 반쯤 현실처럼 작동해야 하는 퍼즐 시스템’은 기존의 Step 기반 Solver로는 표현이 어렵습니다.
기존 엔진의 제약과 창의적 도전
이런 요구사항은 자칫하면 ‘욕심’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실제로는 굉장히 논리적인 흐름에서 출발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Position-Based Dynamics(PBD)’입니다. 이 방식은 Verlet Integration과 Constraint Projection을 조합해, 물리적 불안정성을 제어하면서도 애니메이션처럼 정교한 제어가 가능합니다(Müller et al., SIGGRAPH 2016). 실제로 Unity의 ECS 기반 Cloth 시스템이나 Nintendo의 캐릭터 물리 등도 PBD를 일부 응용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 방식들이 등장한 배경 자체가 기존 엔진의 구조가 표현하지 못하는 영역을 채우기 위해서였다는 점입니다.
커스텀 Solver의 기술적 핵심
솔버를 설계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게 되는 질문은 이거예요.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그리고 “힘을 계산할 것이냐, 위치를 조정할 것이냐?” 이 두 축이 Solver의 골격을 결정합니다. Time Integration 방식과 Constraint 처리 알고리즘이 맞물려야만 비로소 자연스러운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집니다.
Time Stepping과 Constraint Solver의 조화
많은 상용 엔진이 Semi-Implicit Euler 방식을 사용하지만, 커스텀 솔버에서는 Verlet이나 Runge-Kutta 방식도 자주 고려됩니다. 특히 Verlet은 연산이 단순하면서도 시간 안정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GPU 병렬화와도 궁합이 좋습니다. 문제는 Constraint Solver와의 호환성이죠. Velocity 기반 Solver에 비해 Verlet은 위치 보정이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과도한 보정값이 오히려 시뮬레이션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Constraint Stabilization 기법—예를 들면 Baumgarte 방식이나 Split Impulse 방식—을 섬세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Position Correction 알고리즘의 설계 변수
충돌 후 위치를 보정하는 알고리즘은 커스텀 Solver의 품질을 결정짓는 숨은 변수입니다. 단순한 보정일수록 빠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체계적인 Drift가 발생하기 쉽고, 반대로 정밀한 보정을 추구하면 연산 비용이 폭증합니다. Baumgarte 방식은 충돌을 물리적으로 밀어내는 데 직관적이지만, 오버슈팅이 발생하기 쉽고, ERP(Error Reduction Parameter) 방식은 매우 민감해서 프레임마다 튜닝이 필요할 정도입니다. 이처럼 Position Correction은 단순한 수학적 계산이 아니라, 실험과 반복을 통해 튜닝되어야 할 ‘감성적 수치’에 가깝습니다.
성능 최적화와 병렬 처리 전략
커스텀 솔버의 성능 최적화는 결국 병렬화에 달려 있습니다. NPC가 수십, 수백 명 움직이는 장면에서 단일 스레드 Solver는 무조건 병목을 일으킵니다. 문제는 병렬화를 적용하면서도 결과를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빠르면서도 일정하게 나와야’ 한다는 거죠.
SIMD, 멀티스레딩, Job 시스템 통합
SIMD(Single Instruction, Multiple Data)는 벡터 연산의 핵심으로, Force, Velocity, Acceleration 같은 연산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게 해줍니다. 여기에 멀티스레딩 구조와 Job 시스템을 얹으면 병렬 효율이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됩니다. Unity의 DOTS(Data-Oriented Tech Stack)는 이 구조의 대표적인 구현 사례입니다(Unity DOTS Whitepaper, 2022). 다만, 병렬화가 심화될수록 디터미니즘(determinism)이 깨질 위험이 커지고, 디버깅이 매우 어려워지는 단점도 함께 따라옵니다. 병렬화는 이론보다 실전에서 훨씬 더 많은 테스트와 감각을 요구합니다.
캐시 효율성과 LCP Solver의 구조 개선
캐시 효율성이 낮으면 아무리 구조를 병렬화해도 기대만큼 성능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커스텀 Solver는 SoA(Structure of Arrays) 방식으로 메모리를 재구성하고, 메모리 접근 패턴을 최대한 연속되게 정렬합니다. 특히 LCP(Linear Complementarity Problem) 기반 Solver는 이런 메모리 접근 순서에 따라 20~30%의 성능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또한 GPU 연산을 고려할 경우, Warp Divergence나 Memory Coalescing까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결국 단순한 수학적 해법보다 하드웨어적 이해가 병행되어야 진짜 최적화가 가능합니다.
게임용 물리 엔진 커스터마이징 및 최적화 기법 👆결론
물리 엔진은 단순히 물체를 튕기게 만들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게임의 감각, 연출의 디테일, 퍼포먼스의 안정성까지 좌우하는 근본적인 요소입니다. Bullet, Havok, PhysX는 각기 다른 환경과 목적에 따라 설계되었기 때문에, 엔진 선택 자체가 게임의 철학을 결정짓는 셈이죠.
그리고 그 철학에 맞지 않는 순간, 커스텀 솔버라는 도전이 시작됩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기존 엔진이 제공하지 못하는 정밀한 통제와 퍼포먼스를 직접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깁니다.
이번 글에서 다룬 구조와 전략들이 바로 그 실현을 위한 최소 조건입니다. 수학, 물리, 하드웨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험을 멈추지 않는 끈기, 그리고 ‘내가 만든 세계는 내가 책임진다’는 태도. 이것이 커스텀 솔버를 만드는 진짜 자격입니다.
Lockstep vs. Client Prediction vs. Server Reconciliation 👆FAQ
Bullet은 왜 소규모 프로젝트에서 많이 사용되나요?
Bullet은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있고, 엔진 구조가 모듈화되어 있어 필요한 기능만 가볍게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한 코드가 비교적 읽기 쉬워서 연구, 교육, 인디 개발용으로 매우 적합합니다. 다만, 성능 튜닝은 개발자의 몫이라는 점은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Havok은 AAA 게임에서만 사용 가능한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Havok은 Microsoft를 포함한 여러 상업적 환경에서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 엔진(예: Unreal Engine)에서는 제한적으로 통합되어 있기도 합니다. 다만 직접 접근이 제한되어 있어서 커스터마이징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PhysX는 왜 플랫폼 호환성에서 불리한가요?
PhysX는 NVIDIA의 CUDA 기술에 기반하고 있어, AMD나 콘솔 환경에서는 GPU 가속이 적용되지 않거나 기능이 제한됩니다. 따라서 멀티플랫폼 타이틀을 개발할 경우, PhysX 사용 시 물리 결과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커스텀 솔버는 어떤 상황에서 꼭 필요할까요?
기성 엔진이 구현하지 못하는 특수한 게임 메커니즘이 필요한 경우, 또는 성능 최적화가 매우 민감한 프로젝트에서는 커스텀 솔버가 필요해집니다. 예를 들어, Frame 단위의 정확한 타격 판정이나 비선형 상호작용이 요구되는 퍼즐 게임 등이 대표적입니다.
Time Stepping 방식은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Time Stepping은 물리 계산의 기초적인 시간 흐름을 결정짓는 요소입니다.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시뮬레이션의 안정성, 정확성, CPU/GPU 최적화 구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적절한 Integration 기법 선택은 Solver 설계의 핵심입니다.
Position Correction 알고리즘은 왜 반복 튜닝이 필요한가요?
이 알고리즘은 충돌 후 위치를 보정하여 오브젝트들이 겹치지 않도록 만드는데, 수치가 조금만 틀어져도 과보정이나 떨림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테스트와 감각을 통해 수치를 조정하는 반복 작업이 꼭 필요합니다.
PBD(Position-Based Dynamics)는 모든 상황에 적합한가요?
아닙니다. PBD는 안정적이고 시각적으로 예측 가능한 결과를 만들지만, 힘 기반 시뮬레이션처럼 에너지 보존이 필요하거나, 관성 표현이 중요한 경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Cloth나 Rope, Softbody 등에 적합하지만, rigid-body 연산에는 제약이 많습니다.
병렬 처리 시 디버깅이 어려운 이유는 뭔가요?
병렬 처리에서는 여러 스레드가 동시에 데이터를 접근하기 때문에, 충돌이나 순서의 불일치로 인해 버그가 간헐적으로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단일 스레드 디버깅으로는 쉽게 재현되지 않아 추적이 매우 어렵습니다.
LCP Solver는 왜 구조 개선이 필요한가요?
LCP Solver는 Constraint 연산의 핵심이지만, 연산 구조가 복잡하고 메모리 접근 패턴이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구조 개선을 통해 캐시 히트율을 높이고, 연산 순서를 최적화하면 성능 향상이 가능해집니다.
커스텀 Solver는 꼭 수학에 강해야 하나요?
완전히 그렇진 않지만, 수학적 기반이 탄탄할수록 Solver 구조를 이해하고 디버깅하는 데 훨씬 유리합니다. 특히 행렬 연산, 적분 기법, 물리 엔진의 수치해석 방식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필수에 가깝습니다. 처음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구현과 함께 학습하면 훨씬 빠르게 습득할 수 있습니다.
서버 기반 MMO 아키텍처와 Network Authority 설계 👆